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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상식

[주세페산마르띠노] 베일에 싸인 그리스도

by sunozzang 2025.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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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산마르띠노의 생애와 '베일에 싸인 그리스도'의 예술적 감동

이태리 조각가 주세페 산마르띠노와 '베일에 싸인 그리스도'

18세기 나폴리 조각의 기적

 어둡고 고요한 이탈리아 나폴리의 산세베로 예배당 안. 섬세한 대리석 베일에 싸인 채 한 남성이 고요히 누워 있습니다. 이 작품이 바로 18세기 나폴리 조각 예술의 정수, '베일에 싸인 그리스도'입니다. 차가운 돌로 만들어졌다고는 믿기 힘들 만큼 부드럽고 얇은 베일 아래로 처연한 예수의 모습이 드러나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립니다.

 

주세페 산마르띠노의 걸작 '베일에 싸인 그리스도'(1753). 한 덩이의 대리석을 투명한 베일처럼 조각하여,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몸을 감싸고 있다. 이 얇은 천은 예수의 얼굴과 몸을 덮고 있지만 못 박힌 상처 자국과 야윈 갈비뼈, 긴장된 근육까지 그대로 비쳐 보입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 베일 역시 예수의 형상과 같은 커다란 대리석 덩어리에서 한꺼번에 깎여 나온 것입니다. 조각가 주세페 산마르띠노는 차가운 돌에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듯, 마치 실제 천을 덮어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놀라운 기법을 선보였습니다.

 

작품을 직접 마주한 사람들은 모두 경탄했고, “도저히 사람이 만든 것 같지 않다”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일부 관람객들은 베일의 투명한 묘사에 놀라 '설마 진짜 천을 덮어 두고 연금술로 돌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황당한 소문까지 퍼뜨렸습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당시 사람들에게 경이로운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나폴리 산세베로 예배당

이 걸작을 탄생시킨 이는 다름 아닌 이태리(이탈리아) 나폴리의 젊은 조각가, 주세페 산마르띠노(Giuseppe Sanmartino, 1720~1793)였습니다. 산마르띠노는 18세기 나폴리에서 활동한 재능 있는 조각가로, '베일에 싸인 그리스도'는 그의 이름을 영원히 역사에 새긴 대표작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작품이 그의 손에 맡겨질 운명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산세베로 예배당의 주인이었던 라이몬도 디 상그로 공작(산세베로 공작)은 애초에 이 조각상을 당대 명성 높은 베네치아 출신 조각가 안토니오 코라디니에게 의뢰했습니다.

 

코라디니는 실제 크기의 테라코타 모델을 만들어 두었지만, 1752년 최종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뜻밖의 기회가 당시 서른셋의 비교적 무명에 가까웠던 나폴리 출신 조각가 산마르띠노에게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공작은 새로 선정된 젊은 예술가에게 특별한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죽음 이후의 예수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조각하되, 투명한 수의(壽衣)가 그 몸을 덮고 있는 형태를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예수의 형상과 베일을 같은 대리석에서 한꺼번에 깎아내야 했으니,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주문이었습니다.

 

산마르띠노는 선배 조각가가 남긴 모델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구상으로 이 도전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1753년 마침내 거대한 대리석 한 덩이에서 믿기 어려운 걸작이 탄생했지요. 나폴리 조각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작품은 곧 산마르띠노라는 젊은 예술가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조각상이 예배당에 설치되어 공개되자, 나폴리와 이탈리아 예술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한 인간의 손끝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섬세함에 모두가 경탄했습니다. 베일 아래 드러난 예수의 고통 어린 표정과 힘없이 늘어진 몸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당대 평론가들과 관객들은 이 작품을 18세기 예술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산마르띠노의 명성은 단숨에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한 번의 의뢰로 젊은 조각가는 일약 스타가 되었고, 그의 이름은 나폴리 조각사의 자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대리석 베일에 담긴 비밀과 전설

산마르띠노가 빚어낸 대리석의 베일이 너무도 완벽했기에, 작품을 둘러싼 신비로운 전설들이 뒤따랐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연금술을 통해 실제 천을 돌로 바꾸었다”는 풍문이 퍼졌고, 심지어는 공작이 “산마르띠노를 의도적으로 눈멀게 하여 다시는 이런 작품을 만들지 못하게 했다”는 섬뜩한 소문까지 나돌았습니다.

 

물론 모두 근거 없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만큼 이 조각이 준 충격과 경이로움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입니다. 실제로 현대에 이르러 과학자들이 작품을 정밀 분석한 결과, 조각상의 모든 부분은 온전히 대리석으로 조각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후원자였던 공작이 남긴 편지들과 산마르띠노에게 지급된 보수 영수증에도 “베일을 대리석으로 만들 것”이라는 주문 사항이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고 전해집니다.

 

결국 이 놀라운 표현이 가능했던 비밀은 과학이나 마법이 아닌 예술가의 천재적인 솜씨였습니다. 산마르띠노는 자신의 손으로 차디찬 돌을 살처럼 유연하게 만들었고, 무생물인 대리석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얇게 투각 된 베일은 그리스도의 얼굴과 몸을 감싸면서도 모든 고난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입니다.

 

처참한 십자가형을 마친 예수의 발치에는 가시면류관과 못, 심지어 집게까지 발치에 함께 조각해 두었는데, 이는 마치 말없이도 그가 겪은 수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이처럼 사실적이면서도 숭고한 묘사는 관람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종교적인 경외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베일 너머 비쳐 보이는 예수의 창백한 얼굴과 안식에 든 듯한 모습 앞에서, 보는 이들은 말없이 눈시울을 붉혔다고 전해집니다.


예술계의 찬사와 후대에 끼친 영향

'베일에 싸인 그리스도'는 발표 당시뿐 아니라 그 후로도 수세기 동안 전 세계 예술인들과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아 왔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거장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는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일부러 나폴리를 여러 차례 찾았고, “내가 이처럼 훌륭한 작품의 제작자라면 기꺼이 내 인생 10년을 내주겠다”며 경외를 표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실제로 카노바는 이 조각상을 구매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산세베로 예배당에 속한 이 성물을 끝내 자신의 손에 넣지는 못했습니다. 그만큼 산마르띠노의 작품은 동시대 예술가들까지 매료시켰고, 이후 많은 조각가들이 이처럼 얇고 섬세한 베일을 돌로 재현하는 기법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19세기에도 여러 조각가들이 '베일을 쓴 성모'와 같은 작품을 남겨, 산마르띠노가 보여준 환상의 조각 기법을 이어갔습니다.

 

한편 '베일에 싸인 그리스도' 한 작품의 성공으로 산마르띠노는 18세기 이탈리아 조각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예술가 중 한 사람으로 떠올랐습니다. 나폴리의 귀족 가문들과 부르봉 왕실로부터 그의 조각상을 주문하려는 의뢰가 빗발쳤고, 산마르띠노는 자신의 작업장을 넓혀 여러 제자들을 육성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나폴리의 성당 제단부터 왕궁 장식, 그리고 이탈리아 남부의 여러 도시까지 그의 손길이 닿은 작품들이 남겨졌습니다. 타란토 대성당의 성인상들, 마르티나 프란카와 포자 등에 설치된 조각 군상들, 나폴리 자로피니 성당의 천사상 등 수많은 걸작들이 18세기 말까지 그의 손에서 빚어졌습니다.

 

말년까지도 뜨거운 창작 열정을 이어간 산마르띠노는 1793년 12월, 7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예술혼은 작품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나폴리 산세베로 예배당에 안치된 '베일에 싸인 그리스도' 앞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수많은 방문객들이 숨을 죽인 채 서 있습니다. 250년 전 한 이태리 조각가가 돌로 빚어낸 기적 같은 장면을 마주하며, 관람객들은 시대를 초월한 예술의 힘과 아름다움에 깊이 감동하고 있습니다.

 

산마르띠노의 주요 작품으로 타란토 대성당의 성 가탈도 경당 조각군(1773년), 몬폴리 대성당의 성상들(1767년경), 포자와 마르티나 프란카의 교회 장식 조각(1760년대), 나폴리 지롤라미니 성당의 천사상(1787년) 등이 있으며, 그의 작품 대부분은 현재도 원래의 장소에 남아있다고 전해집니다.

오늘은 예술적 감각과 상식을 넓혀주는 이태리 조각가 주세페 산마르띠노의 베일에 싸인 그리스도를 포스팅해 보았습니다.

종교를 떠나서 어마어마한 예술적 가치를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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